대구시 신청사 건립 여론조사 발표했는데..."짜고친 고스톱 냄새 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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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신청사 건립 여론조사 발표했는데..."짜고친 고스톱 냄새 짙어"
  • 이성현
  • 승인 2023.10.1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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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실시했다며 제시한 ‘대구신청사 건립  관련 여론조사’가 논란에 싸일 전망이다. 

대구시는 11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 기간에 조사한 결과를 제공했다. 

대구시는 자료를 인용, 신청사 건립 재원 조달에 대해 대구시민의 절반이 넘는 60.5%가 ‘신청사 예정지 옆 유휴부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건립 시기에 대해서는 80.7%가 ‘대구시 재정이 호전될 때까지 보류할 필요가 있다’ 고도 밝혔다. 

위 결과대로라면 대구시 신청사는 유휴 부지를 매각하지 않거나, 대구시 재정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전 및 지을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동안 주장했던 발언과 너무나 그 맥락이 같이 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를 대구시 입맛에 맞춰 실시한 것 아니냐는 초보적인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항을 살펴보면 이같은 초보 의구심이 단순 의심이 아닌 합리적 의심으로 바뀌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예로,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 시기를 묻는 문항에 대한 답지 문구로 ‘대구 재정 상태 호전될 때까지’, ‘빚‘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여론조사를 한 번이라도 실시해 보았거나, (여론조사의 특성을)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대구시가 조사를 통해 무엇을 의도했는지를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1)대구시 재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는 보류할 필요가 있다‘는 문항은 이미 대구시 재정이 신청사를 지을 형편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 놓고 있다. 또 곧바로 뒤를 이어 (2)’빚’ 이라는 문구를 인용해 신청사 이전 및 건설에 대한 심리적 부정을 유도하고 있다. 

대구시의 이같은 조사에 대하여 많은 오피니언들은 ‘시민을 향한 기망행위’라고 의심했다. 

만약 거꾸로 문구를 바꿔 (1) ‘신청사 건설은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라거나 (2) 당장 지어야 한다라고만 물어봤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것.

조사 결과보다는 조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또다른 결과도 있다. 3번째 질문 신청사 건립 추진 시 재원 마련 방법을 묻는 질의에서도 대구시의 의도는 이번 조사를 왜 하는지를 충분히 예측하게 한다. 

답지 문항을 보면 (1)신청사 예정지 옆 유휴부지를 매각하여 그 돈으로 짓는다 (2) 한 해 200억 원씩 적립하여 20년 후에 그 적립금으로 짓는다 (3) 빚을 내어 짓는다’ 고 물었는데, 이는 대구시가 추진하는 ‘유휴부지 매각의 필요성’, ‘빚내서는 짓지 않겠다’. ‘건립 포기하겠다’는 주장과 너무도 맥을 같이 가고 있다. 

이 역시 대구시가 우선 신청사를 짓고 매년 200억원씩 적립해 그 적립금으로 빚을 갚아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공한다면 신청사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반드시 달라졌을 것이다. 

대구시가 재정만을 생각하는 시정에 골몰해 있는 듯 보인다는 게 많은 시민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치고 자기 자본을 밑도는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부채도 투자다. 적절한 부채와 투자는 기업을 살찌운다. 기초단체도 마찬가지다. 선출직 공무원의 역할은 기업의 전문기업인이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쓰지 않고 빚 없게 하겠다는 경영인은 무능한 경영인”이라고 말했다. 

박남수 정치 평론가는 “대구시가 신청사 건설 정말 하기 싫은 모양”이라며 “이번 조사는 신청사 건설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실시한 조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조사 문항을 1)청사 건립한 지 수 십 년이 지나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2 이같은 장소에서 우리의 아들딸이 근무한다면? 3)3대 도시의 명성을 되찾고, 대구시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는 등의 명분을 전제로 여론조사를 한다면 그 조사에서는 어떤 답이 나올지 뻔하지 않겠느냐”며 “대구시가 혈세를 들여서라도 이런 조사를 해야겠다면 말릴 방법은 없겠지만, 답을 정해놓은 이 같은 여론조사는 옳은 시정 결과를 가져오기는 힘들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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