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7일 대구를 방문한 나경원 부위원장은 모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홍준표 대구시장을 직접 겨냥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대구시의 현안이 많을 텐데”라고 꼬집고는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시정을 위해 하셔야 할 일들이 많지 않을까 ”라며 홍 시장을 직격했다. 중앙 정치보다는 시정에나 집중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 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보다 앞선 홍 시장의 발언 때문에 나왔다. 홍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게 내부 디스”라며 “2017~2018 문재인 정권 당시 붕괴된 당을 안고 내가 악전고투 하고 있을 때 집요하게 내부 디스만 하던 사람들 지금 어디에 가 있느냐”고 나 부위원장 등 당권 주자들을 겨냥했다.
내부 디스는 지난 주 주호영 의원의 아시아포럼 당시 했던 ‘(나경원 부위원장 포함)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주자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발언에 나 부위원장이 사용했던 멘트 가운데 하나다. 당시 나 부위원장은 주호영 의원의 발언을 두고 “심히 유감”이라며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게 내부 디스”라고 맞받은 바 있다.
홍 시장은 나 부위원장이 말한 ‘내부 디스‘라는 표현, 단어 자체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에 쏟아냈던 당 내부인들의 비난을 ’디스’로 규정했다. 홍 시장의 표현을 빌려 해석하면 당시 나 부위원장도 이 디스에 동참했던 것이란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홍 시장의 이날 발언은 나경원 부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지역 정치권의 해석이다.
실제, 홍 시장은 자신의 페북 글을 한 차례 수정했는데, 수정 글에는 "주 원내대표를 공격하신 분은 오히려 내부 디스한 일이 없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는 의미 있는 멘트를 날렸다.
결국, 홍 시장은 주호영 의원을 발언을 인용해 나경원 부위원장을 겨냥해 화살을 쏘았고, 그걸 나 부위원장은 “대구시장 역할이나 잘 하시라”는 의미로 맞받아친 셈이다.
당 대표 유력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부위원장이 대구 나들이를 시작한 7일, 지역 정치권은 나 부위원장과 홍준표 대구시장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홍 시장의 당내 대표 주자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나경원 부위원장 한 사람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한 명의 강력한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도 그동안 비판 발언이 있었던 만큼, 유승민- 홍준표 간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력 당 대표 주자와의 불편한 관계가 향후 대구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역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