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독립운동 하듯 불매운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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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독립운동 하듯 불매운동 한다
  • 이성현
  • 승인 2019.07.2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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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불이 붙고 있다. 관망 내지는 불매운동에 불편한 시선을 보냈던 이들의 마음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 관망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겠다던 많은 이들은 최근 불매운동 동참으로 선회했음이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18일 지역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던 저녁 무렵 맥주 코너의 일본산 제품에 손대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맥주 한 캔이 그리운 계절이 오면서 수요도 지난달에 비해 늘었지만, 기자가 맥주 음료 코너를 20여 분간 지켜보고 있어도 국산 맥주 외에 수입산에 손이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나마 수입산 중에서도 독일이나 중국산 맥주에는 간간이 손이 가지만 일본산 맥주는 거의 손이 타지 않았다.

맥주의 이 같은 상황은 치맥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축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맛이 좋아 일본산 맥주를 즐겨한다는 이들도 치맥 축제장에서는 국산 '**' 맥주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다.맥주와는 뗄 래야 뗄 수 없는 ‘대구 치맥 축제장’(7월 17일~21일까지)에서조차 일본산 맥주는 천대를 받으면서 보이지 않는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

유니클로의 매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썰렁해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일본산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이번에 각인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유니클로는 일본 본사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면을 받고 있다.

대구의 한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은 “요즘은 유니클로에서 일한다고 하면 눈총을 주는 것 같아 정말 불편하다. 하루 빨리 정상화가 되면 좋겠다.”면서도 “우리 매장만 놓고 보면 불매운동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대해 우리나라가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시선에도 국민으로서 감수할 것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늘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불매운동에 포함되는 일본산 제품 역시 늘고 있다. 단순히 일본산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일본 자산(투자) 비중까지 따지는 디테일함을 보이고 있다.

실제, 대구의 한 사회적 기업은 최근 편의점 개업을 앞두고 일본 업체가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 브랜드와 계약을 하려다 주춤하고 있다. 편의점 브랜드 가운데 수익적인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아 해당 브랜드를 선택했던 이 업체는 주변의 불편한 시각과 입점하려는 기관의 노조 측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계약 성사가 불발이 될 처지에 놓였다.

여름휴가를 누구나가 한번쯤은 가본다는 홋카이도로 예정했던 후배는 기자에게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문자에 이어 몇 시간 뒤 “취소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불매운동에)동참해볼 생각”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내왔다.

이 같은 디테일함은 일반 가정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동구 불로동에 거주하는 N모씨 (남 52세) 의 가정은 아내와 아이들이 일본산 제품 목록을 적은 리스트를 냉장고에 붙여놓고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아내 Y씨는 “솔직히 일본의 지금과 같은 행위에 같은 국가 안에서도 불매운동을 두고 ‘좋네, 나쁘네’ 등으로 갈리면서 갈등을 일으켜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적어도 나는 이런 갈등을 조장하는 것보다는 이럴 때 국민들은 우리다움을 보여주고, 정치인들은 그 갈등을 외교적으로든 다른 방법이든 별도로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국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Y씨의 생각에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학교 등지에서도 친구들끼리 이 같은 생각들을 공유하고 별도의 불매운동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Y 씨는 “나는 독립운동을 해 보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독립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편인 N 씨는 “어찌됐든 불매운동은 이제 어절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국민들이 이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기업들이 입을 피해의 최소화와 국가 경제에 대한 탈출구를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독도를 통해 영토 싸움을, 이번에는 경제로 목을 죄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 일본에게 우리의 강력한 대응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지역 경제계나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 쪽에서도 이번 불매운동은 단기일내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만일의 상황 등을 미리 예견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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