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지역 사회 적잖은 파장이 예고 되고 있다,
두 광역단체의 행정통합은 그동안의 경제 통합 논의를 뛰어넘어 초광역권 도시 건설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및 수도권 집중에 대응할 유일한 대안으로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추진해왔다. 다만, 두 지자체장의 바램과는 달리 추진 과정에서 대의를 뒷받침해 줄 구체적 방안 등이 제시되지 못하고, 홍준표 현 대구시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행정통합 논의는 사실상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득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하지 않겠다며 부정했던 홍 시장, 갑자기 선회
가라앉은 통합 논의를 다시 올려놓은 이는 그동안 두 도시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최근 대구.경북 지역 당선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통합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이제껏 통합을 주장해왔던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살짜기(?) 맞장구를 쳐 주면서 이 논의는 급발진하고 있다.
지역 사회는 그동안 행정통합을 득이 되지 않는 사안으로 분류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작스레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하여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홍 시장은 시장 취임 전에도 행정통합에 대하여는 크게 반기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표현해 왔다. 특히, 대구시장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 시장은 기자의 질문에 “득이 되지 않는 일에 대하여는 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행정통합은 대구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그럼에도 홍 시장이 통합을 다시 주장한 데에는 무언가 득이 되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홍 시장의 행보를 어떻게 보느냐다. 홍 시장의 행보를 가리켜 지역 사회와 언론들은 그의 행보 전반을 대구시를 위한 행보라기보다는 본인 자신을 위한 행보를 많이 하고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통합 주장 역시 대구시가 안게 되는 득보다는 본인에게 무언가 득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는 눈치다.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사실상 본인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힌 사안을 본인이 끄집어 올리는 데는 무슨 그림이 있어서란 것. 정가는 그 의심의 첫발을 ‘대구직할시’라는 단어에서 찾고 있다.
관건은 비젼과 공감대, 이번에는 가능할까.
지역 정치권, 공감대와 순수성 없이는 불가능 부정적
공론화위원회 구성에서 활동에 이르기까지 .....지난 도전의 실패 원인은 비젼과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무엇보다 두 도시의 결합은 공감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 대다수가 통합이라는 명제에는 동의하되, 통합의 당위성과 그로 인해 실제 두 도시 주민들에게 전해질 득이 무엇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명제만 던져 놓고 안되면 말고 식으로 밀고만 나간다면 결국은 또다시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당연히 지역 정치권의 의견도 조금씩 갈린다. 대구지역 모 국회의원은 “우리의 미래, 우리 후손들을 위한다면 정치권이나 대구.경북 모든 시.도민들이 어떤 것이 좋을 것인지 한 번 생각해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며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그는 “순수하게 추진해야 한다. 다른 어떤 불순한 의도가 들어 있다거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다면 통합은 힘들어진다. 그게 아니라면 난 찬성이다”라고 거듭 순수함을 강조했다.
또다른 의원은 “갑자기 홍시장이 통합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이 이상하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계산이 없이 끄집어내진 않았을 것이다. 권영진 시장 때는 잘 가다가 홍 시장이 오고는 스톱을 시켰다. 그리고는 갑자기 훅 던진 것은 무슨 계산이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국회의원은 더욱 심각하게 이 사안을 바라봤다. 모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장 먼저 성행되어야 할 것은 통합이 되면 무엇이 어떻게 좋아진다는 청사진을 시도민에 보여주는 것이이야 한다. 그리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던지 해야 하는 절차라는 것을 따라가 줘야 한다. 단체장이 훅 던져 놓고 따라오라 하면 좋아할 정치권과 행정, 시도민 중 누가 호응하겠느냐”며 “ 이런 식으로 툭툭 던져 간을 보는 행위 그만해야 한다. 정치권과 행정인들, 그리고 시도민의 호응을 바란다면 비전제시와 공감대 형성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직원들과 기초단체장 쪽에서는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잃을 것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몰라도 모 지자체장은 단방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다. 경북도청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홍 시장이 (통합논의를) 수면 위로 올리고자 하고 있지만, 그 양반이 행정통합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 이라면서 “이철우 도지사가 주장하는 행정통합과 홍 시장이 주장하는 안은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경상북도가 그동안 축적해 놓은 방안이 과연 대구시에도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홍 시장의 제안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