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상회의, 패권 민주주의의 가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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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정상회의, 패권 민주주의의 가짜 얼굴
  •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의장
  • 승인 2023.03.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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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의장

 

오는 3월 29일과 30일 우리나라는 미국,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및 잠비아 등과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첫해에 전 세계와 미국 국내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도전받고 있다고 역설하며, 최초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여타 100여개국가및 지역과 함께 2021년 12월 개최된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정상회의 핵심 그룹으로 활동해왔다.

원래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2021년 12월 9~10일 세계적인 권위주의 부상과 민주주의 퇴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비대면 화상회의로 처음 개최하였다. 이 화상 비대면 정상회의는 권위주의에 대한 방어, 부패와의 싸움, 인권존중 증진 등 3대 의제를 제시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참가국 명단에 따르면 총 110개국가및 지역이 초청됐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일본이 모두 초청되었고, 파키스탄은 초청되었으나 참석을 거부하였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및 네덜란드도 초청되었다. 그러나 튀르키예, 베트남, 러시아, 태국, 중국, 이란, 싱가포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사우디아라비아 및 기타 국가는 초청되지 않았다. 회의에서 배제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전형적 냉전적 사고 속에 편 가르기를 한다면서 대립과 선동을 멈추라고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번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 보편적 가치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사실상 반민주주의적이다. 미국은 1년여 전 소위 말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어 공공연히 이데올로기적 형태로 선을 긋고 세계의 분열을 조장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내거는 ‘비민주적인 이데올로기’에 많은 국가들이 비난과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은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등대’로 표방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불거진 인권문제도 상당하다.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50% 미만의 미국 국민만 자국이 민주주의적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민주주의는 결코 하나의 색으로 규정되거나 하나의 국가에 의해 정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제2차 민주주의 회의에 참석하는 이들의 명단은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반민주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양과 서양의 가교역할을 하는 싱가포르가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됐다는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편협해졌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6·25전쟁 이후 지난 70년간 한국은 세계사에서 드문 번영과 발전을 이뤘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가 그 바탕이 됐다. 우리의 성취를 더욱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를 ‘민주주의’라는 편향된 잣대로 둘로 나누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1900년 이후 탈이념적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적 가치라는 교조적 이념을 강요하여 또 다시 이념적 갈등 조장을 국제사회에 일반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의 본뜻에서 크게 벗어난다.

앞으로의 세계는 다자주의의 세계관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양성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단지 소수의 강대국의 이념을 강제하는 新냉전시대의 도래를 과감하게 거부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공동주최로 나선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진정한 인류의 미래를 보여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필자/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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